쓰레기로드

인간이 버린 쓰레기와 함께하는 동물들

 인류는 삶의 터전을 깨끗하게 보이게 하려 도시 곳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했습니다. 사용은 개인이 하지만 처리는 공동으로 하는 도시의 효율성을 이용하기 위함이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가왔던 플라스틱은 쓰임을 다하고는 쓰레기통으로 골인합니다. 그렇게 일상인들은 쓰레기와 결별합니다. 그런데 어쩐지 쓰레기의 종착지는 거기가 아닌 것 같네요. 쓰레기가 모여든 어떤 곳에서 동물들은 쓰레기를 먹습니다. 진짜로 먹이인 줄 아는 거예요. 인간은 물건을 사용하고 쓰레기통에 넣으면 그만이지요.

 우리는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어디론가 잘 갔겠거니 무심코 생각할 뿐이죠.

- 쓰레기책 中 -

바다에서 해안으로 밀려오는 쓰레기들

 필리핀 해안이라고 해서 필리핀산 쓰레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이 바다로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투기해서만도 아닙니다. 기후변화로 태풍과 홍수가 육지를 쓸어버리기도 하고, 선박의 해운 과정에서 컨테이너가 바다로 쏟아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지구의 육지와 바다 곳곳에서 해류를 따라 몇몇 특정 바다로 쓰레기가 모이게 되는데, 그 피해를 바세코 마을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이죠.

- 쓰레기책 中 -

드넓은 몽골, 드넓은 쓰레기산

이곳은 몽골입니다. 
지난날 세상을 품었던 칭기즈칸의 후예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드넓은 초원에 야생마가 뛰노는 장면을 상상했지만, 제 눈에 보이는 것은 쓰레기산뿐이었습니다. 몇 톤의 쓰레기가 도시로부터 뿜어져 나오는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미궁입니다. 매립이나 소각도 아니고 그냥 던져놓고 쏟아놓습니다.

울란바토르는 과거 소련에서 50만 명 정도의 도시민이 살 것을 상정하여 만든 계획도시입니다. 그러나 도시민에 등록되지 않은 시민들을 포함하여 최소 140만에서 최대 180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략) 이렇게 모여든 사람들의 소비 여력은 크지 않지만, 급증한 인구의 최소한의 소비 뒤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처리할 수단도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 쓰레기책 中 -

쓰레기섬이 되어가는 제주도

제주는 스스로 품을 수 있는 적정 관광객 수를 넘겨 끊임없이 도시를 확장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거대 쓰레기 뭉치를 포장하여 땅 위에 쌓아두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지켜질 수 있을까요. 성장의 욕망 속에 어디까지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걸까요. 그 목표까지 성장하면 제주도는 어떻게 될까요. 그 끝에 행복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 쓰레기책 中 -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으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쓰레기컨테이너 밀반입 피해

중국이 세계의 쓰레기통 역할을 중단하자 쓰레기를 실은 컨테이너선들은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으로 몰려갔습니다. 소홀한 관리와 부정부패한 현실로 인해 이들 나라의 항만엔 쓰레기 컨테이너가 쌓이기 시작했죠.

무차별적인 쓰레기 러시가 포착되자 조사에 나선 당국은 수입된 컨테이너 안에 채워진 쓰레기가 재활용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활용이 불가능하고 처치마저 곤란한, 그야말로 생쓰레기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각국의 환경장관, 항만 관리자들은 외신에 현실을 고발하며 쓰레기를 되가져가라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 쓰레기책 中 -

태평양 쓰레기섬, GPGP

해류의 끝에는 바다를 표류하고 있는 온갖 것들이 떠내려오고 결국 그곳에 모이게 합니다. (중략) 그렇게 태평양 한가운데에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의 면적이 프랑스 국토의 세 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세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작지만 다른 바다들에도 유사한 플라스틱 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책임을 지울 범위와 규모가 바다 위에서는 모두 흩어져 버립니다. 바다를 책임지고 있는 권한이 국제사회에서도 모호합니다. 옆 나라의 쓰레기더미가 핼를 타고 우리 앞바다로 온다면 그것은 누구 책임일까요?

누가 치워야 할까요?
누구의 책임일까요?

해양쓰레기는 적게는 연간 800만 톤, 많게는 1,300만 톤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오늘 지금 당장의 위협인 것이죠.

- 쓰레기책 中 -

바다의 지뢰, 미세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지만 햇볕과 바람, 부딪힘 등의 과정을 통해 부서지고 쪼개집니다. 문제는 크기가 클 때는 눈에도 잘 띄고 치울 기회라도 얻을 수 있지만, 잘게 부서지면 수거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최근에 큰 문제로 떠오르는 것은 미세플라스틱입니다.

0.5mm 이하의 크기는 곧바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먹이로 오인한 물고기들의 배 속으로 들어갑니다. (중략)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죽지 않았을 해양생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바다의 지뢰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은 사람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결국 플라스틱의 마지막 종착지는 사람의 몸속이 됩니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 세상을 돌고 돌아 결국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는 데서 끝날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실입니다.

- 쓰레기책 中 -

24시간 배달체계, 24시간 쓰레기 생산체계

도시의 효율성으로 설명되는 24시간 배달체계는 다른 말로 24시간 쓰레기 생산체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배달경제의 확대는 기존상품을 포장한 상태에서 택배 포장을 겹으로 해야만 하니 스티로폼, 또는 플라스틱, 비닐류, 박스 등 막대한 쓰레기를 추가로 만들어냅니다. 도시가 효율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도 현재 각 도시에서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에 비하면 결코 효율적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몰려 산다는 것은,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내지만 그만큼 쓰레기도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 쓰레기책 中 -

생활쓰레기통에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는 부패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내뿜는 큰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없애기 위한 구조도 플라스틱 쓰레기와 똑같습니다. 생산과 소비, 뒤처리가 순환되는 체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음식 쓰레기 문제는 서구사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가 여행을 다니면서 받은 충격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생활쓰레기통에 음식물 쓰레기를 섞어 버리는 모습이 그것입니다.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의 상당수도 분리수거 없이 버리고 있더군요.

음식물 쓰레기는 나의 문제이며, 도시의 문제이며, 세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식량 문제이며, 기후변화 문제이며 지구의 문제입니다. 나의 문제는 곧 인류의 문제입니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 쓰레기책 中 -

각종 쓰레기 처리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와 지구온난화

지금 도시민들이 배출하는 쓰레기의 흐름을 앞으로 10년 동안 이어간다고 하면, 2019년 전국 240여 개의 쓰레기산은 2030년에 500개로 불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생산과 소비, 최종 단계마다 탄소 발생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고, 지구의 온도 상승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는 성장중심, 소비중심 경제와도 싸워야 하고 화석에너지원과도 싸워야 합니다. 그래서 탄소와 메탄 등 지구온난화를 발생시키지 않는 산업시스템을 마련하고, 생태환경 중심의 에너지 체계로 바꿔내야 합니다. 이 싸움은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욕망과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순덩어리로 된 구조와의 싸움.

우리는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아니, 우리는 싸우기를 선택하고 이에 맞설 의지를 가질 수 있을까요?

- 쓰레기책 中 -